레일라는 굉장히 신나 있었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일뿐더러 그 생일을 맞아 부모님과 광장에 놀러 나온 상태니까. 한껏 신이 난 레일라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광장을 즐겁게 뛰어다니다 한 작은 인형극장을 발견했다.
"엄마! 아빠! 나 저기 가볼래요!"
레일라의 부모님은 처음에는 수상해 보이는 외관에 반대하였지만 결국 레일라의 부축임에 이기지 못하고 레일라를 따라 극장의 안으로 들어갔다. 로브를 뒤집어쓴 매표소 직원에게서 티켓을 구매해 들어간 극장 안은 어두웠고 레일라의 가족들을 제외하고도 몇몇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레일라의 가족이 들어온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단상 위의 커튼이 걷히며 인형극이 시작되었다.
'기대된다~!'
레일라는 처음 보는 인형극이 기대감에 가득 찬 눈으로 인형극을 눈에 담았다. 처음 나온 것은 천사와 악마 모양의 인형이었으며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극장을 가득 메웠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천사와 악마가 살았습니다. 천사는 천국에서 그리고 악마는 지옥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죠.]
천국과 지옥이 나뉜 뒷 배경과 각자의 생김새에 맞는 장소에 있는 인형들이 레일라의 눈에 들어왔다. 연극의 시작은 흔했지만 여느 꼭두각시 인형들처럼 줄이 보이지 않는 인형들은 무척이나 새롭고 신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천사와 악마들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 말하길 신이 그것을 원했다고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이야기죠.]
뒷 배경이 불타며 새로운 배경이 드러났다. 전쟁터와 같은 붉은 배경에 레일라는 순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 전쟁터에서 금단의 사랑을 나눈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입니다.]
앞에 나온 인형들이 사라지고 배경은 감옥으로 바뀌었으며 한 양갈래를 가진 악마 인형과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천사 인형이 보였다.
[한 천사는 어느 날 전쟁의 포로로 잡혀온 악마를 감시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지만 명령이었기에 천사는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죠.
"저기이~ 안녕~?"
그런 천사에게 포로로 잡혀온 악마가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둘 밖에 없는 공간, 무의미하게 흐르는 시간. 그 속에서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사는 싫어도 알게 되는 악마에 대한 정보 때문에 악마를 동정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천사는 명령에 따라야 했기에 악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런 악마는 천사의 속도 모르고 자꾸만 천사에게 속삭였습니다.
"있지~ 나 좀 나가게 해주지 않을래? 금방 돌아올게~ 약속해!"]
천사와 악마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지나가는 연출이 흐르며 악마가 사라지고 배경은 천국으로 바뀌었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천사와 그런 천사의 상사처럼 보이는 천사가 나타났다.
[악마를 붙잡아 두던 천국은 그 악마가 포로로써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상위 천사는 천사에게 명령했죠.
"내일 그 악마를 사형대에 끌고 가라."
천사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그리고 배경은 다시 감옥으로 바뀌며 양갈래를 가진 악마와 차가운 인상의 천사가 다시 나타났다.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짐에 따라 레일라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이야기를 감상했다.
[명령을 받고 감옥으로 돌아온 천사는 여느 때처럼 자신을 반겨주는 악마를 보았습니다.
"왔어~? 이제 좀 풀어 줄 마음이 들었으려 나아?"
악마는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해맑게 웃었고 천사는 그 모습에 짜증이 났습니다. 바보 같은 악마, 자기가 무슨 생각으로 여길 왔는데. 천사는 악마가 점점 더 미워졌습니다.]
천사 인형이 악마 인형이 갇힌 창살을 망가뜨려 버렸다. 레일라는 창살이 망가지며 나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하지만 천사는 그 이상으로 악마를 아끼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악마를 풀어준 천사는 말했습니다.
"가, 가버려. 이제 너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어! 가버리라고!!!"
부러 화를 낸 천사는 고개를 푹 숙였고 악마는 그런 천사를 잠시 보다 유유히 창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감옥에 혼자 남은 천사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행동을 할 것을 알았기에 그저 다가오는 현실에 순응하려 하였습니다.]
혼자 남은 천사 인형은 퍽이나 쓸쓸해 보였다. 레일라는 떠나가버린 악마 인형이 조금 밉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허나 그 순간 누군가 천사 인형에게 로브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건 떠나가 버렸던 악마 인형이었다.
[어느 순간 다시 돌아온 악마는 천사에게 로브를 덮어주며 무릎 꿇고 주저앉아 있던 천사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어째서?"
"그야 돌아온다고 약속했으니까~"
"....바보 같아. 여기 있으면 안 돼."
"...있지, 그럼 우리 같이 도망갈까~? 계기도 존속의 이유도 모를 전쟁 따위에서 도망치고 우리.... 행복해져 버릴까~?"
"....같이?"
"응, 같이~"]
그 대사를 끝으로 두 인형을 서로 마주 보았고 무대의 막이 내렸다.
[그렇게 천사와 악마는 먼 곳으로 도망갔습니다. 아주 먼 곳으로, 그 누구도 둘을 찾을 수 없는 곳으로요.]
그 말을 끝으로 극장의 불이 밝아지며 잠시 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극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레일라는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움직이지 않으려 했으나 부모님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와중 레일라의 눈에는 나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매표소 직원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 둘은 어떻게 된 거예요?"
레일라는 본능적으로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고 뒤집어쓴 로브 덕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매표소 직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띠며 레일라에게 답했다.
"으음~ 글쎄, 꼬마손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니려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매표소 직원의 얼굴은 조금은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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