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미리 깐 타입

감상/주접 커미션

샌드위치 커미 2024. 10. 10. 23:43

일단 먼저 소재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괴담이란 소재를 차용한 글이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나폴리탄이라는 더욱 흔치 않은 소재를 사용한 게 눈에 들어오기도 했고 크게 흥미를 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시에 나폴리탄이라는 괴담이 중간중간 껴 있어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었습니다. 나폴리탄 괴담이라는 게 인터넷을 찾아서 접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다른 괴담보다 많이 유명한 건 아니다 보니까 항상 모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는데 이렇게 시리즈로 있으니까 더욱 재밌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게다가 무엇보다 나폴리탄의 장점을 잘 살린듯한 수칙서가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에는 다크 모드로 바꿔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당황했었는데 나중에 다크 모드로 바꿔서 글을 읽어보니까 새로운 글자가 나오는 기믹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기믹으로 숨겨져 있던 이야기는 밤 중에 저를 오싹하게 만들어 줄만큼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존재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던 게 정말로 좋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너무 자세했으며 공포감이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지와 미지에서 나오는 공포는 저를 정말로 즐겁게 했습니다. 괴이들의 외관을 상상하고 그 괴이들과 실제로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하고 상상하게 되는 오싹한 시간이었어요.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이야기들이라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세하지 않고 특징만 잡아주는 묘사 덕에 무척이나 실감 나는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욱이 필력도 좋으셔서 글이 술술 읽히더라고요. 글을 전개하시는 힘이 굉장히 뛰어나신것 같아요. 아무래도 장편이다 보니 떡밥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 중간중간 설정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것 없이 너무 훌륭한 전개였어서 정말로 흥미롭게 봤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가슴 아픈 러브라인이 좋았어요. 제가 망사랑을 정말로 좋아하는데 이렇게 듬뿍 먹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랑이란 정말로 아름다운 것 같아요... 특히 망사랑 최고!! 다음에는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중간중간 조연들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구미호의 이야기라던가 특히 초반부의 수호천사 이야기가 인상 깊더라고요. 괴물이 되었어도 여전히 연인을 사랑하고 지키려하는 모습에 조금 먹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더 이상 연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괴물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존재를 사랑하며 헌신하는 모습 역시 사랑이란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중간중간 너무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에만 치중되지 않고 다른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 하나의 매력이었으며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조연들의 캐릭터성도 모두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느하나 버릴만한 아이가 없이 각자의 사정과 특색이 있고 그 이야기가 잘 풀어져서 좋았어요. 각자의 사정이 있어 회원이 되고 목숨을 걸어가면서 다른 이를 구하려 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고 이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그래도 돌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중간중간 낙서를 남기는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고 웃기기도 했지만 그 낙서를 남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먹먹해지기도 했고 또 가려진 글씨가 말해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참 가슴 아프기도 했어요. 원래는 저렇게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을 텐데 대체 타인이 뭐라고, 소중한 사람이 뭐라고 저런 일을 하는 건지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가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실종자를 수색하러 가는 이유도 결국에는 자신의 사람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모두들 결국 사랑으로 직결되는 모습에 참으로 사랑이란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성애도 유성애가 아닌 가족애라던가 애증이라던가 여러 가지 애정의 형태가 들어간 이야기라 읽는 내내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필력이 좋으셔서 글이 막힘 없이 술술 읽혔으며 한화의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더해 흥미로운 소재와 그것을 풀어가는 능력 또한 뛰어나셔서 다음 전개가 궁금해지고 이후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멋진 소설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