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커미션

安分知足

샌드위치 커미 2024. 10. 25. 10:19

安分知足안분지족
자신의 분수의 만족하는 삶

허나 당신을 만나고 삶에 조금 더 욕심을 내게 되었다면
이 삶을 무어라 불러야 하는가.


세상에 살면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포기하는 것이었다.

사랑받는 것을 포기하는 것,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애초에 가진 적이 없었기에, 원래부터 그랬기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은 내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포기하고 지금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 그것이 나의 분수라 생각했다. 부모의 곁에서 도망치지 않은 것 또한 어쩌면 그들이 나의 분수에 맞는 사람들이라 생각해 그대로 받아들인 탓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나의 이런 성향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머니의 능력을 먹고 태어난, 세상에 빚지고 태어난 인간이니까. 그래서 내가 세상에 혼자가 된 그날도 당연하게도 드디어 빚을 갚으리라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는 어릴 뿐이지 바보가 아닌지라 드물게 내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멀리 여행을 떠나자는 부모님의 기색에서 이 집에 발을 딛는 것이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허나 내가 빚지고 태어난 세상은 나의 채무를 풀어줄 생각조차 없는 것인지, 사랑하지 않았지만 받아들이고 납득했던 부모 역시 내 곁에서 앗아 가고 말았다. 세상에 대한 영원한 채무, 나는 내게 오는 모든 것은 세상에 건네어야 하는 빚쟁이였다.

그래서 정처 없이 걷다 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저 분수에 맞게 살고 싶어서. 살고 싶어서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도움조차 청하지 않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가는 것 역시 사는 것조차 나의 분수에는 허락되지 않는 것인가 싶어 나의 분수에 맞게 그렇게 죽어야 하는 것인 아닌가 싶었다. 허나 레온과 너를 만나고 나는 바뀌어 버렸다. 태어나게 된 이 세상에 빚을 갚고 싶지 않아 졌다. 이것이 나의 분수라고 믿고 싶어졌으며 이 둘 만큼은 세상이 가져가지 않기를 원했다. 그래서 제발 이 행복이 나의 분수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게 되었다.

허나 세상이 언제부터 나의 간절함을 들어주었다고. 친부보다 진짜 아버지와 같았던 레온을 세상은 다시 빼앗아 갔다. 마치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원하다니 우습다는 것처럼. 레온은 나와 너를 지키다 죽었다. 바보 같은 죽음이었다. 우리를 지키는 것이 아닌 너와 함께 도망갔어야 맞는 것이니까. 이것은 단지 세상에 태어난 나의 죄였는데, 나의 빚이었는데 어찌하여 당신이 그런 결말을 맞는 것인지.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너로 인한 이야기. 너는 말도 어눌한 나를 아무런 불만 없이 이끌어주었으며 언제나 함께해 주었다. 바보같이 떠나버린 레온의 빈자리는 어느새 네가 가득 채웠으며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이 된 너는 마침내 내게 있어 사랑이 되었다. 하지만 이 마음을 전할 생각도 버릴 생각도 없었다. 나의 분수를 알아 그저 품고 있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으며 네게 전해 버린다면 이 마음 또한 하나의 빚이 되어 세상이 너를 채무해 가지 않을까 두려웠으니까.

 

그렇게 이 마음을 숨긴채로 너의 곁에 머물렀다. 몇 년이나 지났을까, 우리는 하나 둘 동료를 모으고 역경을 헤쳐나갔다. 우리의 진정한 적은 언제나 게이트가 아닌 인간이었으며 이 세상이었으니까. 모든 것은 너와 함께라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었다. 단 한 가지, 이 마음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괜찮았다. 긴 세월 동안 잘 해왔으며 앞으로도 잘 해갈테니까. 너는 어디서나 빛나고 남을 끌어당기는 사람이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어, 나의 마음이 필연적이란 것은 이미 받아들인 지 오래였다. 그러니 네게 들키지 않도록 더욱 꽁꽁 숨기려 했다. 네게 들켜버린다면 사실 섬세하고 다정한 너란 사람은 분명 나를 배려해 줄 테니까. 이 마음을 동정해 줄 테니까. 이 세상에 빚을 채무 받는것은, 이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쩌면 괜찮을지 모르겠다. 허나 너에게만큼은 이 마음을 동정받고 싶지 않았기에 곱게 보장하여 더욱 깊은 곳으로 숨겨봤다. 이것이 나의 분수니까. 이것이 나의 만족이며 나의 삶이니까. 그러니 나의 분수에 맞게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결코 입에 담지 않을 것이다.

 

허나 만약 기적이 일어난다면

만약 나의 분수에 맞는 삶이 조금은 살만해진다면

 

그때는 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