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道是非
天道是非천도시비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 한들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허나 무지하여도
당신이 옳았다고 믿고 싶기에
내가 귀신을 보는 것도, 이 빌어먹을 나루토 세계관에 빙의한 것도 모두 하늘의 뜻이라면 아마 나 같은 하찮은 인간은 절대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평생 그런 것 따위에 붙들려 살다 죽을... 아니 죽을 수는 있나? 어찌 되었던 그런 삶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게 닥쳐오는 모든 것들은 어쩌면 자연스레 수용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가령 지금 시스이에게 빙의당해 나뭇잎 마을에서 탈주하게 되어버린 운명 따위를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을 가면이라도 쓰고 있다는 것일까. 모두에게 이런 한심한 꼴을 들키지 않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 츠무기?"
네가 나를 알아보기 전까지는. 뭐야, 가면도 쓰고 있는데 어째서 알아봐 주는건데? 육체가 있었다면 거세게 뛸것이 틀림없는 심장을 진정시키지 않아도 된다니 빙의도 꼭 나쁜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이렇게 네가 나를 알아봐주니까. 이런 꼴인 나라도 알아봐주는 너라면 이게 나의 운명이라 하였더라도 힘껏 그 운명에 거슬러 줄 것 같아 육체가 있었더라면 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게 나의 운명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거스르려는 너에게 맞춰 나도 한번 운명이란 것에서 발버둥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힘껏 시스이에게서 내 몸의 탈환을 시도해 내어 네게 지른 단말마.
"도와줘... 시카마루...!!"
곧바로 다시 몸을 빼앗기긴 하였지만 나의 간절함은 분명 너에게 닿은 것 같았다. 다만 아직 이전의 오해가 풀리지 않아 대화로 해결하려는 너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대화로 해결하려 하다니. 끝까지 다정한 놈. 결국 너는 나의 운명을 거스르지 못했고 나는 그대로 너에게서 멀어졌지만... 운명이란 게 실존한다면 그것을 거스르려는 너를 조금 더 믿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