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커미션

不義密通

샌드위치 커미 2024. 11. 13. 23:56

不義密通불의밀통
도의에 어긋나고 부도덕한 쾌락

허나 그것으로
나는 살아가기에


흔히 말하는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유한이라는 이름을 가져서 인지 그리 흔히 말하는 평범과는 거리가 먼 자아를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그것을 깨달았던 것은 꽤나 이른 때의 일. 다른 아이들이 놀라고 울고 화내며 감정을 표출하는 그런 일에 나는 함께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울고 놀라며 화낼 때 나는 그저 내가 아는 최선을 다하여 웃음 지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그것이 사랑받는 법이라, 소외되지 않는 법이라 생각했으니까.
 
하나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언제나 웃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였고 나를 피하게 되었다. 그때쯤의 나는 아직 가족이란 것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시기라 아이들과 함께하기를 원했고. 지금이나 그때나 고립되고 외로운 것은... 썩 달가운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궁리하였고 내가 진정으로 그 아이들과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보육원의 한 아이가 아끼던 새가 죽었던 그날이었다.
 
그 새는 작은 파랑새였다. 귀여운 외형과 인간 친화적인 성격으로 아이들에게, 특히 그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렇기에 그 파랑새의 죽음은 아이들에게 있어 큰 충격이었다. 우리 보육원은 꽤나 좋은 곳이었으니까 아이들은 무언가의 죽음 따위를 마주한 적이 없었고 그렇기에 그날, 마당에서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는 파랑새에게 별로 관심 있는 편은 아니었으니 그 시체를 보지 못했고... 아, 그 시체를 볼 수 있었다면 조금은 빨리 나의 쾌락을 알 수 있었을까.... 뭐, 지난 일에 불과하다. 어찌 되었던 나는 뒤늦게 마당으로 가, 오열하는 아이들을 보았고 나와 아이들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을 실감했다. 무어가 그리 서글플까, 흔히들 말하는 가족을 잃은 것도 아니고 소중한 존재를 잃은 것도 아닌 고작 새 하나 때문에 무어 저리 구슬프게 우는 걸까. 나는 알 수 없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마 조금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저 아이들을 따라 하고 싶은 기분이.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곳을 보아 그랬던 것일까. 어찌 되었건 나도 그런 기분에 주변에 맞춰 눈물을 짜내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그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어째서 저리 서글픈지, 그 서글픔이란 무엇인지 이해하려 애썼고 눈물을 어찌 흘려야 하는지 관찰했다. 처음은 어렵고 머리가 아파왔지만 한번 터진 눈물샘에 그 이후는 놀랍도록 쉽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의 울음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깜짝 놀라 나를 에워싸 위로를 건넸다. 바보같이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그리 울었다는 것을 잊어서. 이상한 일이었지만 나는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리 행동해야 하는구나. 흔히 남들이 짓는 표정을 지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이 상황을 마주했을 때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사... 살려줘...!"
 
어둠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처음은 모든 것이 괜찮았다. 순조로웠으며 잘 해결되고 있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쾌락을 탐하며 어둠의 것들을 베었고 처리했다. 허나 이변은 모든 것이 끝나갈때쯤 일어났다. 모든것이 끝났다고 하여 돌아가려 할 때 미처 처리하지 못했던 어둠의 일부가 동료 하나의 복부를 관통한 것이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대응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그렇다면 다친, 죽어가는 이가 살려달라 도움을 청할 때에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내가 관찰했던 그 어느 상황도 지금과 같지 않았고 그 누구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나의 감정은 여느 때와 같이 평온했으나 나의 직감이라는 것이 외치고 있었다. 표정을 꾸며내며 평범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이렇게 그간 쌓아왔던 내 노력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지금의 나의 감정에 가장 충실하기로 했다. 나도 결국 사람이었고, 나도 결국 인간이었기에. 그래서 나는
 
"괜찮앙?"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