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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커미 2025. 2. 18. 23:36

베니오가 불멸을 연구하는데 실패하고 죽게 된 후 환생한 썰을 풀어보려 합니다.
 
일단 베니오는 최선을 다해 연구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베니오가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여도, 베니오의 옆에 불명의 마녀가 있을지라도 인간의 한계는 명확하고 시간이란 유한한 것이어서 베니오는 결국 실패하고 만 거죠. 많은 이들이 그랬듯 베니오 역시 천천히 죽어 갈 것 같아요. 물론 베니오는 곱게 죽지 않을 거예요. 끝까지 발버둥 치겠죠. 하지만 그 발버둥이 결국엔 모두 무의미한 것들 뿐이라 베니오는 죽게 되겠죠.
 
죽기 직전에 갑자기 무언가를 통달해서 린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던가 아니면 그간의 행적을 후회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죽기 직전까지 불멸을 연구하다가 정말로 죽는 순간에는 린의 곁으로 가서 린의 무릎을 베고 눕거나 린의 어깨에 기대어 죽을 것 같아요. 린은 기꺼이 곁을 내주겠죠. 애완인간으로 여기긴 하지만 최대한 아끼고 사랑했으니까요. 죽어가는 순간 곁을 지켜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베니오는 아쉬움과 여전한 집착을 느끼며 눈을 감겠죠.
 
다만 죽는 그 순간 까지도 린에 대한 집념과 집착이 굉장할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만나러 오겠다고 그러니 절대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안된다고,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다고 할 것 같아요. 그런 집념을 마음껏 만끽한 린은 기쁘게 기다리겠다며 그 어리광을 받아줄 것 같아요. 그렇게 베니오는 천천히 죽음을 맞이하겠죠. 베니오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라기보다는 짜증 나는 것일 거예요. 자신과 린을 갈라놓는 증오의 대상인 거죠. 하지만 아무리 증오한다 한들 베니오는 죽음 앞에서는 무력한 한낱 인간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그렇게 린이 지켜보는 곳에서 죽어가는 거죠. 자신의 무력함을 그 어느 순간보다 생생하게 실감한 순간일 것 같아요.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베니오 앞에 갑작스럽게 하얀 물체가 나타나는거죠. 베니오는 뭔가 싶어서 짜증스럽게 그 하얀 물체를 흐트러뜨리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하얀 물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올 거예요. 아마 다시 살고 싶냐 따위의 목소리겠죠. 그런 제안에 베니오는 그 어떤 대가가 따르든 긍정할 것 같아요. 물론 다시는 린을 만나지 못한다 같은 조건을 제외하면요. 그의 삶의 이유는 린이니까 린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살아갈 이유 따위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아무튼간에 어찌 되었든 다시 살기만 한다면 분명 린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확신하겠죠. 확신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것에 가까울 거예요. 린이 자신 이전에 여러 사람들을 남편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고 장성한 자식들 까지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린이 자신을 대신할 새로운 남자를 찾지는 않았나 전전긍긍하며 신과 같은 하얀 물체에게 빨리 환생시켜달라고 말하겠죠. 그렇게 해서 베니오는 어찌어찌 환생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여기까지가 베니오의 전생의 기억이겠죠. 이 기억을 떠올린 환생한 베니오, 이전까지는 평범하게 살았던 그는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린을 찾기 시작할 거예요. 가장 먼저 이전에 린과 살았던 거처를 찾겠죠. 물론 그건 어려운 일일 거예요. 둘은 숲 속에 살았고 베니오가 살던 때로부터 몇십 년이 흐른 시점이라 이전에 살았던 집을 찾기도 어렵겠죠. 그럼에도 베니오는 엄청난 집념으로 몇 년 만에 린과 살던 숲을 찾아 다시 그 숲 속의 오두막으로 향할 거예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함이 끊이지 않겠죠. 린이 정말로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난 것은 아닐지. 그도 아니라면 이미 이 숲 속 오두막을 떠난 것은 아닐지. 이런저런 걱정이 끊이지 않겠죠. 그럼에도 베니오는 우거진 풀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갈 것 같아요. 어차피 자신은 린이 없다면 살아갈 수 없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린을 찾으러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렇게 두려움을 뚫고 나아간 곳에는 이전에 린과 함께 살던 오두막이 있겠죠. 전혀 변하지 않은 채로 그 시절 그대로의 오두막이요. 그 오두막을 본 베니오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이래로 드디어 숨을 쉬는 기분이 들겠죠. 진정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제야 느끼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인정하고 말겠죠. 자신은 린에 의해 살아가고 린을 위해 살아간다고요. 린만 있다면 그 무엇도 필요 없고 린이 없다면 그 무엇도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겠죠. 그렇게 여러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에 갑작스레 오두막의 문이 열릴 거예요. 베니오는 린의 모습이 드러나기 전까지 다른 남자가 문을 열고 나오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다른 남자가 나오면 그 남자를 찢어 죽이는 생각까지 했겠죠. 다행스럽게도 문을 열고 나온 건 린이겠지만요.
 
그렇게 베니오는 정말 오랜만에 린과 만나게 될 거예요. 몇십 년 만에 보는 린이지만 린은 베니오의 기억 속 모습과 똑같을 거예요.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옷 정도가 바뀌었겠지만 그 마저도 같은 스타일일 거고요. 반대로 린의 눈에 베니오는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 있겠죠. 당연하게도 다시 태어났으니 다른 사람이니까요. 그럼에도 린은 베니오를 한눈에 알아볼 것 같아요. 마녀의 감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견주가 많은 강아지들 사이에서 자신의 강아지를 한눈에 알아보는 그런 감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그건 중요치 않을 거예요. 중요한 건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는 거니까요.
 
베니오가 기쁨에 젖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베니오를 가만 보던 린은 자신도 모르게 베니오?라고 말을 흘릴 것 같아요. 베니오라는 걸 알아는 봤지만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어떻게 자신의 품에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겠어요. 심지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린이 흘린 말을 들은 베니오는 그제야 한 발을 내딛을 것 같아요.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린에게로 뛰어가 린을 끌어안겠죠. 그리고는 자신이 베니오라 말하지 않고 그저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할 거예요. 또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겠죠. 단지 그것뿐이라고 말하며 린을 꼭 끌어안을 거예요. 린은 너무나 놀란 나머지 눈을 크게 뜨겠죠. 린 역시 반갑고 믿기지 않을 것 같아 베니오를 가만 내려다보겠죠.
 
린이 내려다본 베니오의 눈빛은 기쁨 이상의 광기가 서려 있을 거예요. 물론 베니오는 그 사실을 모르겠지만 린은 알고 있겠죠. 자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죽음조차 넘어온 이 광기를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광기에 린은 진심으로 기뻐하겠죠. 린은 자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온 베니오보다 베니오의 광기를 더욱 달가워할 거예요. 린은 원래도 베니오가 미쳐가는 것을 재밌어했으니까요. 자신을 향한 적나라한 광기가 어찌 린의 기쁨이 아닐 수 있겠어요. 그렇게 베니오의 광기를 느낀 린은 그제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베니오를 마주 끌어안아 주겠죠. 그리고 어서 오라고 말할 것 같아요. 나의 집으로 라고 말이에요. 우리의 집으로 라고는 말하지 않겠죠. 린에게 베니오는 반려가 아닌 애완인간에 불과하니까요.
 
그렇게 다시 만난 린과 베니오는 재회의 기쁨을 나눌 거예요. 물론 그전에 베니오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린의 애인 문제를 묻겠죠. 그동안 만나는 사람은 있었는지 지금은 어떠한지를 꼬치꼬치 캐물을 거예요. 린은 그 광기 어린 집착에 웃으며 답해주겠죠. 그동안 한 사람 정도를 만났을 테고 그 사람과는 이미 헤어진 후 일 것 같아요. 이유는 린이 질려버렸기 때문일 것 같아요. 자신을 향한 집착이 베니오 같지 않아 별로 재밌는 상대라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 사실을 들은 베니오는 안도하며 린을 꼭 끌어안아 줄 것 같아요. 다행이라고 이제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요. 그렇게 베니오는 그 길로 아무런 미련 없이 집을 나와 다시 린의 오두막에서 살 것 같아요.
 
이번생에서의 가족관계는 나쁘지 않았지만 베니오에게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겠죠. 가족들과 아무리 사이가 좋다한들 그들이 린보다 중요하겠나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베니오를 린은 흔쾌히 받아줄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금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겠죠.
 
린을 향한 베니오의 집착은 이전보다 더 심해질 것 같아요. 이미 한번 죽음을 겪고 왔던 터라 다시 린과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불안해하겠죠. 흔히 말하는 분리불안 같은 게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린은 그 분리불안을 무척이나 반기겠죠. 원래도 반려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불리불안까지 생기는 꼴이 정말로 반려 동물이 아닌가 하고 웃을 것 같아요. 베니오는 이 나이를 먹고 불리불안이 생긴 자신이 한심하겠지만 린이 웃으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렇게 둘이 함께 동거를 시작하면서 베니오는 다시금 죽음을 극복하는 불로불사를 연구할 것 같아요. 이번에도 죽음 이후에 그 하얀 물체가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고 불확실함으로 다시 한번 린과 이별하고 싶어 하지도 않겠죠. 그리고 이번에 다른 점은 린이 베니오를 조금 거들어 준다는 점일 것 같아요. 원래 린은 베니오의 불로불사 연구에 별 관심이 없겠었겠죠. 베니오는 그저 반려인간에 불가하니까요. 하지만 죽음에서 다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 베니오를 보고는 마음을 조금 달리 먹었을 것 같아요. 이만큼 자신을 새롭게 해주는 인간은 없었고 없을 거라고 말이에요. 린은 그동안 많은 남자들을 만났고 사랑을 했지만 베니오처럼 죽음에서 돌아와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는 없었겠죠. 이런 건 베니오가 처음인지라 마녀의 본능으로 곁에 두고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베니오는 실패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불로불사의 약이 고작 두 번의 생을 바친 연구로 만들 수 있다면 진작에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불로불사가 아니겠나요. 그렇게 베니오는 다시 한번 실패를 경험할 거예요. 또다시 린의 품 속에서 죽어가겠죠. 그리고 린은 이번에도 자신의 품 속에서 죽어가는 베니오를 볼 거예요. 이번에는 정말로 안녕이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움이 들겠죠. 아직 마음껏 탐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억겹을 살아온 마녀의 욕심이 어찌 가벼울까요. 무겁고 무거운 그 욕심을 모두 해소하지 못함이 린에게는 아쉬움일 뿐이겠죠.
 
그렇게 베니오는 다시 린의 품에서 죽고 또다시 하얀 물체를 만날 거예요. 그 뒤는 같은 이야기죠. 다시 태어난 베니오는 몇 번이고 린을 만나러 갈 거예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 린에게로 가겠죠. 린은 본래 거처를 옮길 것을 생각했지만 또다시 자신을 찾아온 베니오를 보고 거처를 옮기지 않기로 할 것 같아요. 언제나 그때 그 자리에서 베니오를 기다리겠죠. 두 사람은 나름의 최선을 다한 사랑을 할 거예요.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을 할 거예요.
 
하지만 뭐든지 영원하지는 못하는 법이죠. 결국 베니오의 영혼도 한계에 다다를 거예요. 몇 번의 환생을 반복해서 다시 린을 만나러 왔지만 정말로 마지막이 온다는 것을 직감하겠죠. 그리고 그것을 직감한 건 린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자신을 찾아올수록 점점 더 약해지는 베니오의 기척에 이제는 끝이 다가오는구나를 깨닫게 되겠죠. 그렇게 둘은 마지막 이별을 준비할 거예요.
 
베니오는 마지막까지 불로불사의 연구에 매달렸다가 결국엔 실패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저번 생과 마찬가지로 린에게 말하겠죠.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요. 그러면 린도 웃으며 답하겠죠.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요. 그렇게 베니오는 죽어갈 테고 린은 여전히 그 오두막에서 살겠지만 다시는 베니오의 이름을 입에 담지 못하겠죠. 둘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