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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커미 2023. 10. 15. 23:59

소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굉장히 괴로운 사람이구나 싶었지만 자세히 알려고 하기에 그 어머니란 존재는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을 뿐이니까요. 소녀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한 번도 웃어주지 않았으며 언제나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폭력은 멎을줄 몰랐습니다. 몸이 성치 않은 날은 없었고 한 번은 휘두른 주먹에 맞아 눈앞이 핑글 돌아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눈앞이 조금 흐려진 것은 이미 기억도 나지 않을 오래전 일입니다. 청소 한번 하지 않아 더러운 집, 무서운 어머니. 하고 싶은 것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그저 참고 견디며 자신을 억누르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소녀의 어머니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혹여 깨운다면 매서운 손찌검이 날아올까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를 꼬박 보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조차 어머니가 일어나지 않자 소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뛰쳐나가 도움을 요청했고 어머니는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무서워보이고 커 보였던 어머니는 일어날지조차 모르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렸고 소녀는 마침내 자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그저 살아가는 것의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럼에도 소녀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시끄러운 락 음악이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우악스럽게 지르던 비명과는 전혀 다른 그들의 포효가 좋았습니다. 소녀는 악기도 그중에 특히 기타가 좋았습니다. 스스로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멋진 일이었습니다. 소녀는 만화도 좋았습니다. 작은 책 속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세계가 소녀를 즐겁게 했습니다. 그 외에도 소녀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자신을 위해 사는 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의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흥미로운것에 크게 동요하며 지속적인 폭력으로 자신을 아낄 줄 모르는 성향은 대담함이 되었습니다. 또 거역할 수 없는 어머니의 명령은 많이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한번 속했다면 완전히 엇나갈 수 없는 성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녀는 그곳에서 살지 않습니다. 힘없이 병실에 누워있는 어머니도 더러운 집도 더이상 무서운 것이 아닌 그저... 싫은 것이 되어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