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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커미션

by 샌드위치 커미 2024. 12. 11.

버트람이 여는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 이지킬에 대한 썰을 풀어보려 합니다.

무도회는 아마 가면무도회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가면무도회라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얼굴이겠죠. 무도회는 여는 특별한 목적은 없고 난봉꾼인 버트람이 나름대로 난봉꾼이라는 타이틀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면 뒤에서 은밀하게 밀회를 즐기기 위해 여는 무도회라고 소문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실제로 그럴 의도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본인도 그렇게 보일 거라는 자각이 있고 그렇게 보이게 하기 위해 부러 소문을 정정하지 않아 다른 이들에게는 확실히 그렇게 보일 것 같네요. 그리고 이지킬도 초대장을 받아서 그 무도회에 참석하게 될 것 같고요. 이지킬이 귀족이 아님에도 참석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신분 상관없이 참석할 수 있는 무도회 일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버트람의 난봉꾼 기질 때문에 열리는 무도회다라는 게 기정사실화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아는 이지킬도 묘한 감정으로 무도회에 참석하겠죠.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반과 버트람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이지킬은 무도회에 참석하고 당연하게도 버트람은 그걸 알고 있겠죠. 사실 이 무도회는 버트람이 이지킬을 만나기 위해 연 무도회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놓고 이지킬에게 접근하기엔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있을뿐더러 난봉꾼이라 불리는 자신이 이지킬에게 접근한다면 괜히 이지킬의 평판이 나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열린 무도회에 이지킬이 참석해서 안으로 들어가보면 안은 공작가의 명성에 맞게 무척이나 화려할 거예요. 초대객 대부분이 젊은 상류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몇몇 아는 얼굴도 보이겠죠. 하지만 이지킬의 눈은 자연스럽게 버트람을 쫒을 것 같아요. 그 넓은 무도회장에서도 단연 독보이는 건 그였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다가가지는 않겠죠. 사실 여러 변명을 해도 그가 보고 싶어 온 건 맞지만 겉보기에는 그와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그에게 다가가 환심을 사려했다가 다른 상류층의 눈 밖에 날 수 있으니 자제할 것 같아요. 평소에 다정하지만 단호한 성격이 나오는 거죠.

한편 버트람도 이지킬이 무도회장에 들어오는 즉시 그의 존재를 알았겠지만 차마 다가갈 수는 없었을 거예요. 이지킬에게는 특히 조심스러운 버트람이니까요. 혹여 자신이 이지킬의 평판을 망칠까 두려운 거죠. 더불어 그에게 다가갈 명분도 없고요. 갑작스럽게 난봉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자신이 다가가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어요. 10년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거리를 둘 거예요. 버트람은 무도회의 중심에, 이지킬은 벽의 꽃으로 남아있겠죠. 하지만 끝까지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예의상 버트람을 둘러쌓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버트람에게서 멀어져 무도회를 즐길거고 버트람도 여유가 생기면 슬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면서 점점 구석으로 이동할 거예요. 그리고 와인이나 적당하게 홀짝이고 있는 이지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겠죠. 둘은 서로를 알고 있으면서도 초면인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친분을 쌓아가는 척할 것 같아요. 두 사람 모두 상대가 묘하게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아 할 것 같아요. 버트람은 이미 이지킬을 사랑하고 있고 이지킬은 이미 버트람을 한눈에 알아봤으니까요.

 

그렇게 두 사람은 테라스로 가서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눌 것 같아요. 버트람은 이지킬에게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조심스러운 마음에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버트람에게 이지킬이 먼저 손을 내밀 것 같아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말이에요. 자신은 오늘 이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다고요. 아까 와인을 마셔 조금 상기된 얼굴의 이지킬이 생글 웃자 달빛을 받은 그의 웃음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버트람은 잠시 숨이 멎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진정하고 머리를 가다듬으면서 이지킬에게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지킬은 흔쾌히 웃으며 그러자고 하겠죠. 그리고 테라스까지 흘러들어오는 음악에 맞춰 둘은 달밤에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