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에 이별에 대한 썰을 풀어보려 합니다.
일단 두 사람은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을 것 같아요. 시작은 좋은 소식으로 시작되겠죠. 인간 측에서 롤랑의 제안 혹은 요구를 받아들여줄 테니 이제 애밀리를 돌려달라는 이야기일 거예요. 롤랑은 인간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준다는 것에 순간 기뻤지만 그것으로 애밀리와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망설이겠죠. 하지만 스스로의 망설임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요. 애밀리는 원래 인간 측과 지내는 게 맞는 거고 아직 어린 애밀리를 벌써부터 사회와 고립시키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겠죠. 우습게도 자신은 애밀리를 인질 잡은 입장이지만요. 그렇게 롤랑은 애밀리를 떠나보내는 게 애밀리에게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고 싶지 않을 거예요. 롤랑의 사랑은 다소 이기적일 수도 있겠죠. 그저 애밀리의 곁에 있는 것으로 충분하며 애밀리에게 보답을 바라는 사랑은 아니지만 최소한 애밀리의 곁에 있어야 하고 자신이 애밀리를 사랑할 수 있는, 보답받지 않아도 상관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상황이어야겠죠. 상대방의 의사 따위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랑을 하지만 그 또한 사랑인지라 롤랑에게는 애틋할 뿐이겠죠.
하지만 그런 이기적인 사랑에도 불구하고 롤랑은 모종의 이유로 애밀리를 꼭 그들에게로 돌려보내야 할 거예요. 애밀리의 의사와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죠. 그렇게 롤랑은 애밀리에게 이 사실을 말할지 아니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이별을 할지 고민할 것 같아요. 고민의 시간은 예상외로 길지 않겠죠. 자신에게 또 무언가를 요구하며 떼쓰는 애밀리가 사랑스럽고 그걸 들어줬을 때 솔직하고 환하게 웃는 그 모습이 너무나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겠죠. 그렇게 롤랑은 이기적으로 굴 거예요. 애밀리에게 일방적인 통보 조차 해주지 않은 채 인간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애밀리와의 이별을 준비하겠죠. 애밀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거고요. 롤랑은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애밀리를 평소처럼 대하겠죠. 그 덕분에 애밀리는 더더욱 이변을 알아채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이별은 갑작스럽겠죠. 애밀리가 잠든 사이 롤랑은 애밀리를 인간 측에 돌려줄 거예요. 그렇게 눈을 뜨면 애밀리는 집으로 돌아와 있겠죠. 너무나 갑작스러운 이별에 애밀리는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하면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어이없음, 분노, 슬픔, 배신감, 당혹감 등등 여러 감정이 섞여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울며 롤랑을 부르짖겠죠. 하지만 롤랑은 돌아오지 않고 애밀리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여 갈 거예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애밀리가 다시 인간 측에 적응해 갈 무렵, 애밀리는 롤랑과 이별 후 깊게 잠들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그날밤도 깊게 잠들지 못한 채 잠에 들락말락하는 상태로 누워있겠죠. 그런데 갑자기 창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서 느릿하게 눈을 비비고 창가를 보자 그리운 얼굴이 있을 거예요. 롤랑이겠죠.
애밀리는 처음에 꿈인 줄 알고 자신의 볼을 꼬집을 거예요. 하지만 아파오는 볼에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애밀리는 점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느끼겠죠. 롤랑이 마치 어제 본 듯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다가오자 그 뻔뻔함에 애밀리는 한밤중이란 것도 잊고 야!!! 하고 소리칠 것 같아요. 그러면 롤랑이 깜짝 놀라서 애밀리 입 막고 애밀리는 그대로 뒤로 밀려 침대에 눕혀질 것 같아요. 그 와중에 롤랑이 손으로 애밀리의 머리를 받쳐줘서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겠죠. 침대도 푹신하고요.
그렇게 두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 볼 것 같아요. 애밀리는 막힌 입 때문에 뭐라고 말은 못 하지만 울먹거리면서 롤랑을 올려다볼 것 같고 롤랑은 오랜만에 보는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만 바라보겠죠.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그러고 있을 거예요.
먼저 입을 뗀 건 롤랑이겠죠. 소리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손을 떼 주겠다고요. 밤중이기도 하고 몰래 온 거니까 소리치면 곤란하다면서 능글맞게 웃겠죠. 그 말에 애밀리는 여전히 못마땅하고 부루퉁한 얼굴로 잠시 롤랑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거예요. 그러면 롤랑은 약속대로 손을 떼주고 애밀리는 그 즉시 앙칼지게 롤랑에게 쏘아붙이겠죠. 여기는 왜 왔어? 하고요. 그 말에 롤랑은 솔직하게 애밀리를 보러 왔다고 하겠죠.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요.
그 말에 애밀리는 화가 나서 롤랑에게 소리치겠죠. 물론 목소리를 낮춰서 작게 말이에요. 그딴 식으로 혼자만 만족하면 좋냐고, 자신의 기분은 생각도 안 하냐고 말이에요. 자기도 바보는 아니라고 말해주면 알아듣고 준비할 수 있는데 왜 그딴 식으로 자신을 떠나보냈냐고 무척이나 화낼 것 같아요. 하지만 가면 갈수록 점점 목소리가 안 들리겠죠. 차오르는 눈물로 인한 울먹임과 목매임에 뜻하지 않게 더 이상은 목소리를 낼 수 없겠죠. 그렇게 훌쩍이는 애밀리를 롤랑은 가만 내려다볼 것 같아요.
이득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애밀리를 다시 납치 할까 생각 중이겠죠. 애밀리도 자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은데 뭐 어때? 같은 느낌으로 스스로를 설득할 것 같아요. 그냥 이대로 애밀리를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하겠죠. 그러던 와중 한참을 훌쩍이던 애밀리가 롤랑을 쏘아보면서 말할 것 같아요. 나, 너랑 안 갈 거야. 하고 말이죠. 그 말에 롤랑은 자기도 모르게 왜?라는 말이 튀어나오겠죠. 롤랑의 시선으로 보면 애밀리는 이미 자신과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고 싶은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애밀리는 그런 게 아니겠죠.
애밀리는 솔직하게 인정할 거예요. 롤랑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고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요. 하지만 이어 롤랑을 쏘아보면서 우리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말해요. 롤랑은 이미 자신을 돌려준 대가를 받았을 테고 또다시 자신을 납치한다면 우리는 이전과 같이 평화롭게 생활할 수 없을 거라고 말이죠. 아무리 사차원인 애밀리라도 알건 알고 있겠죠.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롤랑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도요.
애밀리는 롤랑을 쏘아보며 말을 이을 거예요. 돌아가지 못하는 건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애밀리는 롤랑에게 자신을 보라고 말할 거예요. 롤랑은 오직 애밀리를 눈에 담고 있었지만 자신을 보라는 애밀리의 말에 다시 애밀리를 가만 바라보겠죠. 그리고 알게 될 거예요. 애밀리가 상처받았다는 것을요. 결코 지울 수 없는 버림이란 상처를요. 롤랑은 그제야 깨닫겠죠. 자신은 애밀리를 버린 것과 다름없다고요. 다시 데려올 애밀리가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요.
둘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지 못할거에요. 애밀리는 롤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롤랑이 한번 자신을 버린 이상 언제든 다시 자신을 버린다는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겠죠. 롤랑은 그 사실을 돌이킬 수 없어요. 이미 물을 엎질러졌고 남은 건 깨진 컵을 치우고 엎질러진 물을 닦는 것 뿐이라는 걸 알겠죠.
애밀리는 그제서야 웃을 거예요. 그리고 롤랑에게 말하겠죠. 그래 롤랑,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하자. 네가 이곳에 온 목적을 다해.라고 말이에요. 그 뒤에 네가 납치한 나를 돌려준 것처럼이라는 말을 덧붙인 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겠죠.
그렇게 두 사람의 진정한 이별이 시작될 거예요. 둘은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겠죠. 함께해서 즐거웠던 순간들, 짜증 나고 힘들었던 시간들 따위를 그제서야 솔직하게 서로에게 털어놓은 거예요. 직설적인 애밀리라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겠죠. 그리고 마침내 그 이야기들은 동이 틀 무렵 끝나게 될 거예요. 애밀리와 롤랑은 서로를 바라보겠죠.
안녕 롤랑, 난 이미 널 용서했어. 그러니 언제나 네가 행복하길 바라. 진심으로. 애밀리는 그렇게 말할 거예요. 그러면 그 말을 들은 롤랑도 웃으면서 애밀리의 얼굴을 잡고 애밀리의 이마에 작게 입 맞추며 말하겠죠. Hola amigo. 언제나 네가 행복하기를 애밀리. 진심으로. 그렇게 말한 롤랑의 얼굴은 울 것 같지만 눈물이 흐르지는 않겠죠. 애밀리도 비슷한 얼굴로 눈가가 붉어졌지만 이내 웃으며 말할 거예요. 안녕, 내게... 그리고 그 말을 하며 눈을 감고 뜬 순간 롤랑은 어디에도 없겠죠. 창문은 열려 있을 거예요.
혼자 남은 애밀리는 한참을 롤랑이 있었던 허공을 바라보다가 붉어진 눈가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겠죠.
사랑스러웠던 사람.
그렇게 덧붙인 애밀리는 쓰러져 많이 울 거예요. 하지만 이내 극복하고 내일을 살아가겠죠. 그렇게 둘이 이야기가 끝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