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영과 지구의 서사를 썰로 풀어보려 합니다.
일단 세영은 완벽한 딸로 갑갑하게 살아가면서 대학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을 것 같아요. 흔히 주변에서 말하길 대학만 가면 다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술도 마시고, 예뻐지고... 하여튼 대학이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환상을 심어주니까요. 그래서 세영 역시 대학에 대한 환상을 품고 오티에 참석했을 것 같아요. 지구를 처음 만난 그 오티를요.
그곳에서 지구는 완전 아이들의 중심이었을 것 같아요. 시원시원한 걸 크러쉬가 있고 매력적인 지구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지구는 아이들의 중심에서 술을 들이켰기에 세영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 같아요. 세영은 아직 고등학생 티도 벗지 못한 신입생이라 자신의 주량을 알지 못해서 술을 홀짝이다가 금방 만취 상태가 되어 버리겠죠. 그 원인으로는 세영에게 찝쩍거리는 복학생 선배들이 있을 것 같아요.
복학생 선배들은 과장되게 세영을 부축하고 데려다 주겠다고 할 것 같은데 그 모습이 하필 딱 지구의 눈에 들어온 거죠. 지구는 마침 신나게 술게임을 하고 있었지만 차마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이 복학생들 손에 끌려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답지 않게 일찍 술자리에서 일어나 복학생들한테는 같은 여자인 자기가 데려다준다고 하고는 세영을 데리고 자리를 빠져나가겠죠. 그리고는 편의점으로 가서 세영에게 숙취 해소제와 꿀물을 사 먹이면서 그런 술자리를 적당히 거절하는 법을 알려줄 것 같아요. 그 모습에 세영은 두근 거림을 느끼겠죠. 그게 술기운인지 아니면 진짜 설렘인지는 구분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그런 세영에게 지구는 가벼운 미소를 지어주면서 현실이 이 꼬락서니지만 환상을 깨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자고로 사람은 꿈을 품고 살아야 한다면서요. 현실은 쓰지만 달콤한 술과 같고 술에 취하는 것처럼 현실에 취해보라고 하겠죠. 그 모습에 세영은 큰 두근거림을 느끼면서 이 감정이 절대 착각일리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날 이후 세영은 지구와 친해지려 하지만 고등학교 내내 공부만 했던 세영은 지구와 친해질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우연히 겹쳤던 교직 수업을 제외하고는 접점도 없어 세영은 내내 혼자 짝사랑 앓이를 하며 지구는 세영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고 그냥 그때 그 신입생 정도로 생각하겠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세영이 지구의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꿈을 찾아 재즈바를 연 이후 세영과 지구는 다시 한번 재회하게 될 거예요. 지구는 배달일을 하는데 그날따라 진상이 많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짜증 서린 무표정으로 바에 들어오겠죠. 그나마 분위기 좋은 재즈바를 찾은 게 지구에게 위안이었으면 위안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잔뜩 기분이 다운된 지구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꽤나 특이한 이름의 칵테일이 눈에 들어올 것 같아요. 칵테일 이름은 [지구를 기다리며]일 것 같아요. 지구는 자기 이름이 들어간 칵테일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죠. 그러면서 사뮈엘 바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따온 이름인가 하여 고개를 갸웃할 것 같고 그 밑에 설명을 볼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그 칵테일에만 설명이 적혀있지 않겠죠. 그래서 더더욱 궁금증이 생긴 지구는 주인으로 보이는 바텐더를 불러서 물어볼 것 같아요. 이 칵테일만 설명이 없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러면 바텐더는 웃으면서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자기가 대학에 처음 입학해서 오티를 갔을때의 일을 말해주겠죠. 바로 지구와의 일을요. 하지만 지구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멋진 선배네요.라고 말 할것 같아요. 그말에 그 바텐더, 세영은 웃으면서 칵테일을 내밀고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선배.라고 말하겠죠. 그제서야 지구는 세영을 알아볼 거예요. 그에 지구는 자신 앞에 놓인 칵테일을 한번에 털어마시면서 여전히 주도를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는 하나도 안변했네 후배님?이라고 할것 같아요. 그에 세영은 웃으면서 선배도요.라고 답하고는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겠죠. 마감시간이 되고 지구가 일어날때 세영은 다음에는 폭탄주로 말아준다고 할것 같아요. 그러면서 여전히 첫 잔은 원샷이죠?라고 묻고 그에 지구는 그때와 같은 가벼운 미소를 보여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