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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접 커미션

by 샌드위치 커미 2025. 4. 20.

정말 너무너무 아름다운 페어라고 생각합니다. 페어 서사를 보는 내내 그래서 둘이 왜 안 사귐? 왜 결혼 안 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저는 벌써 주례 준비부터 2세를 위한 육아법까지 마스터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아직 사귀지도 않았더라고요. 이게 왜 실화인 걸까요? 아니 두 사람이 사랑을 하는데 지금 상대가 영혼의 반쪽인데!!! 그냥 영혼의 반쪽도 아니고 그냥 상대가 영혼 그 자체잖아요. 둘이 지금 개쩌는 사랑을 하고 있잖아요... 서로가 서로의 세계고 서로에 의해서 흘러가는 시간이며 서로에 의해서 숨을 내쉬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둘이 사귀지 조차 않는 거죠? 물론 사귄다와 결혼한다 따위로 둘의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그런 두 개념을 이미 초월했어요. 이건 초월적인 사랑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아니 근데 이 정도면 고백까지 다 한 건데 진짜 왜 안 사귀냐고요. 
 
일단 모든게 너무나도 아름다운 페어지만 그래도 굳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점을 꼽자면 세상을 싫어한다는, 인간을 싫어한다는 사실 그 자체 아닐까요. 두 사람은 한쪽은 태어날 때부터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았고 한쪽은 태어나고서 버림받았다는 언밸런스 함이 좋지만 결국 그런 두 사람이 인간을 싫어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싫어하면서 상대만큼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는 아이러니 함이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참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같은 공허를 가지고 그 상처를 핥아주는 서로가 존재하는 게... 이건 사랑이잖아요? 둘이 개 저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사랑이었고 사랑일 것이며 사랑이네요...
 
또 저는 리드가 벤자민을 찾아다닌 것도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벤자민에게만 반응하는 그런 오직 벤자민만을 위한 벤자민에 의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게... 스스로의 그간 있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그저 한 사람만을 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나요. 리드가 그만큼 지독하고도 절절하게 벤자민을 사랑했다는 게 너무나도 잘 드러난 파트라 정말 너무너무 좋은 것 같아요. 리드가 그렇게 오직 벤자민만을 위한 인간이 되었을 무렵에 벤자민이 벤자민을 버리고 아오이도스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좋으면서도 너무나 아이러니하네요. 벤자민만을 위한 인간과 뜻하지 않았지만 벤자민을 버린 인간, 상대를 찾고 있는 인간과 상대의 존재조차 모르는 인간. 이런 대비가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두 사람이 원래 태생부터 이리도 달랐던 사람들이며 그럼에도 같은 사람으로서 공허와 함께 살아간다는 점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리드가 자신이 이제 아오이도스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게 너무 슬퍼요. 어째서야... 그리고 그 생각을 하자마나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린 게 너무나 리드 같고 1년 동안 폐인처럼 아오이도스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겹쳐 보여서 너무나 슬펐어요. 만약 그때 아오이도스가 리드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모습은 다르지 않겠지만 마음만큼은 그 1년간 벤자민을 찾아다니던 모습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피폐해지고 공허해져 버렸겠죠. 아오이도스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믿지 못해서 1년 동안 폐인과 다름없는 상태로 그를 찾아다니던 리드였는데 그렇게 깔끔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게 정말로 아오이도스를 사랑했구나 싶더라고요. 사랑이란 때론 놓아주기도 하는 법이라는 걸 리드는 이미 알고 있었을까요. 아오이도스에게 말고는 제대로 사랑받아본 적도 없던 리드였는데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하염없이 슬프기만 하네요.
 
서사에서의 좋은 점이라고 하면 끝도 없이 말 할 수 있겠지만 서사를 잠시 뒤로 밀어 두고 말하자면 나르시스트의 사랑이라는 것도 저는 너무너무 좋아하는데요. 자신을 사랑하다 못해 신에게 질투받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의 나르시스트인 아오이도스가 리드를 사랑한다는 게 정말 너무너무 좋지 않나요. 아오이도스의 시점에서의 자세한 서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르시스트의 눈에 리드가 얼마나 사랑스럽게 보일지 정말 눈에 선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썸 타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주 그냥 다 해야 해요 정말로.
 
또 저는 리드의 맹목적인 사랑이 너무나 좋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망가뜨리고도 아랑곳 않고 벤자민을 찾아다녔던 것과 망설임 없이 아오이도스를 놔주려고 한 것 둘 다 위에서 말했지만 리드의 맹목적인 사랑이 잘 드러나서 너무나 좋은 것 같아요. 또 서로에 한해서는 스킨십 같은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게 너무 둘만의 세계에 퐁당 한 것 같기도 하고 지켜보면 안 되는 걸 지켜보는 기분입니다. 개쩌는 사랑을 하고 있구나 싶어요.
 
결론적으로 너무나도 아름답고 계속해서 보고 싶은 페어였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정말 적나라하게 잘 느낄 수 있었던 서사도 정말로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사람이 이제는 평생 떨어지지 않고 마냥 행복하기만 한다면 좋겠습니다. 물론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이 행복해진다는건 정해진 결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제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내가 주례도 준비하고 육아도 준비했는데 왜 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