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蝶夢호접몽
■하는 나비 꿈
나비의 꿈을 꾸었는가
나비를 꿈꾸는가
나는
나비를 동경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할 일 없이 공중을 부유하며 원치 않았는지 원하였는지도 모를 자유를 유영하다 자신의 의지 없이 다른 이들의 손에 우왁스래 붙잡혀 자신의 의사도 알지 못하는 그 자유를 빼앗기고 다시 자신에게서 자유를 빼앗긴 것에게 자유를 허락받아 날아가거나 아니면 그 손에 찢겨 나가 영원토록 속박당하는 존재를 사랑해 본 적이 있을 리 없을 것입니다.
동경하는 것이 있다면 자유일 것이고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영원일 뿐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 동경에게 다가서기 위해 그러하였기에 나의 손에 내려앉은 그 작고 여린 것을 우왁스래 붙잡아 내리찍었습니다. 단지 그뿐이었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눈에는 그리도 끔찍했던 것이었을까요. 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향기로울 때, 더 이상 변치 않도록 더 이상 떠나가지 않도록 그 시간 속에 머물게 한 것은 어긋난 살생이었던 건가요.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 집밖으로 뛰쳐나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에 나는 그 답안에 빗금을 그었습니다.
더 이상 나를 구속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한 발을 내딛기를 원한다면 나는 한 발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고 두 손을 높게 뻗으려 한다면 나의 손으로 시야를 간지럽히는 태양을 능히 가릴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다만 이어지지 않은 족쇠가 무겁게 나의 발을 땅으로 끌어당겨 나는 발을 들어 내딛는 것이 아닌 무거운 그 발을 끌어 발톱 사이에 자리하는 흙알갱이를 느끼며, 날카로워 발을 쓸게 하는 버려진 유리조각 따위를 느끼며 足跡을 남길 것이며 높게 들어 태양을 가리려던 손은 그 손목을 감싸는 마찬가지로 이어지지 않은 수갑에 무게에 들어 올리지 못할 것이고 들어 올렸다 한들 그 무게에 휘청여 넘어지곤 뒤로 넘어졌다면 그 길로 무거운 팔을 끌어올려 눈가를 뒤덮어 태양을 가릴 것입니다.
나의 양손은 자유로웠으며 나의 두 발 또한 그리 하였습니다. 다만 그것이 한없이 무거웠을 뿐입니다. 그 무게에 내딛는 발이 어디에 자리하는지 위로 올린 손이 무엇을 가리는지 혼미하게 돼버려 내가 홀로 판단하는 나의 내딛는 곳이 가리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그리도 동경했던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의 공포심은 무지에서 피어납니다.
그럼에도 나아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옳은 방향으로 발을 내딛고 방해가 되는 것은 가리며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학교에서도 나는 홀로 나아갔습니다.
다만 내딛는 곳이 잘못된 곳은 아닐까 두려워 그럴 때마다 내딛기 전의 그 시간을 박제하였습니다. 내딛기 전의 나와 살아가던 나비를 박제하고 나서야 나는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나비를 박제함으로써 잘못 나아가더라도 나아가기 전의 내가 영원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기억과 순간을 박제한 그때만은 진실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난 그날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내딛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으며 나는 진실된 자유를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나를 자유롭게 해 줄 허공을 유영하는 나비를 잡아채 그대로 내려찍으려던 찰나 당신이 내게로 왔습니다.
"잠깐, 잠깐! 나비도 좋지만, 적어도 학교에서 죽이는 건 교칙을 넘어 도의적으로 불가야!"
나비와 핀을 잡느라 미처 가리지 못하는 태양을 당신은 조금 곤란하게 웃는 얼굴로 그것을 등졌습니다. 그래서 였을지 아니면 미처 다 가리지 못하 태양이 흘러나와 나의 눈을 간지렸는지 모를 일이지만 태양을 등졌기에 어둠이 져야 했을 당신의 얼굴이 빛나보였던 것은 그저 白日夢일 뿐이었던 것일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 나는 당신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만 눈에 담긴 것은 그저 빤히 보는 시선이 곤란한 것인지 어색한 것인지 부자연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리며 조금 곤란해 보이는 당신뿐이었기에 나는 정답을 알 수 없는 그날에 세모를 그렸습니다.
나는 나의 발걸음이 옳은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구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으며 꾸짖지도 않았기에 나는 나름대로의 이정표를 세워가며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걸음을 걸어 나갔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바라는 것은 최선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날 나를 꾸짖어준 당신은 아름다웠습니다.
사과를 모르는 아이가 사과를 알기를 원하여 한없이 사과를 깎는 연습을 한다면 그것을 최선을 다한다면 아이는 사과를 알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사과를 가져와준 사람이 있다면 아이는 사과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의 눈에 사과를 가져와준 사람이 아름답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는 나비를 박제하듯 나아가기 전의 순간의 나를 노래했습니다. 그 노래가 당신에게 기꺼웠을까요? 당신은 기억을 사랑하니까요. 어쩌면 나의 기억이라 조금은 지루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의사와는 별개로 당신은 나의 노래를 들었기에 새로운 나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이리도 아름답기에 허공을 유영하는 나비를 그 순간으로 하기에는 마음에 차지 않았으니까요.
아름다운 나의 당신, 메모리. 한때는 가장 아름다울 이 순간을 당신으로 말미하마 박제해 버릴까 하는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불완전했기에.
당신은 나비보다 아니, 비교불가결하게 아름다웠지만 결코 완벽하고 완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사교적이고 성적도 우수 특히 태양아래의 당신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웠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신은 이중적인 사람. 자기중심적이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베푸는 선행으로 자신을 더 높게 올리는 사람. 불신하고 의심하며 상대를 낮잡아보는 사람. 다만 그럼에도, 어쩌면 그렇기에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사람.
그래서 감히 바라였습니다. 아름답지만 결코 완벽하지 않은 당신에게 나의 자리도 있을까. 만약 나의 자리가 존재한다면 그곳을 나의 피안으로 삼으리.
찾아다녔던 나의 피안으로 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빠르게 알 수 있었습니다.
결코 완벽하지 않았던 당신이 스러져갔기 때문에.
어느 순간이었던 걸까요. 정확히 특정할 수 없던 어느 날부터 당신은 조금씩 망가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을 사랑했으며 기억을 세계 삼은 당신의 세계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망각으로 침식되었기에 그곳을 세계 삼아 살아가는 당신이 무사할리는 당연하게도 없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세계는 점점 무너져갔고 당신은 몇 번이나 침식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나는 그곳에서 당신의 침식을 등졌습니다.
"있지 파피... 나 뭔가 잊지 않았던가?"
"글쎄요. 숙제라도 잊은 건가요?"
"으음... 그런 건 아닌데~ 뭔가 잊어버린 기분?"
"걱정 마세요. 분명 기분 탓일 거예요."
그 침식은 내가 채울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당신은 다시 나로 완전해지면 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분명 그것으로 나는 자유로워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기억이 된다면 그렇게 나는 당신의 영원으로 박제되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나 봐요 메모리.
".....저기 파피~"
"...? 왜 그러세요 메모리."
당신과 함께하는 하굣길, 드디어 나는 등지고 있던 침식을 바라봤습니다.
"....우리 집이 어디더라?"
그 침식은 당신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당신의 세계를 붕괴시키려 했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후회했습니다. 그 무엇보다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나비가 있었는데, 무척이나 아름다워 차마 그 순간에서 영원토록 살아가게 하지 못할 만큼 그 불완전함이 완전함이 되는 순간을 기다려왔는데. 단지 그 나비를 나로써 완전하게 할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하여 외면한 것이 나비를 짓이겨 죽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차마 그 침식을 마주할 수가 없어 무너져 내리는 세계와 함께 스러져 가는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하지만 나의 마지막 용기로 당신과 약속했습니다.
"제발.... 파피용.... ..... 파피."
"....네, 약속할게요 메모리."
"내가 기억할게요. 당신의 모든 것을."
그 약속에 조금의 희망을 걸지 않았다면 분명 거짓이겠지만 너무나 야속하게도 나의 당신은 빠르게, 결국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모순적이게도 완전하지 못한 당신은 완전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나의 지표가 사라졌으며 나의 미련과 선택하기 전의 순간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박제한 영원은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일 뿐이라는 듯 한없이... 그렇게 한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
그렇게 한없이 옥상의 계단을 올랐습니다. 누군가의 부름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높은 곳에 올라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 뻗고 싶었습니다. 무엇이라도 잡힐까 혹시 다시 나비의 날갯짓이 스칠까. 울렁거리는 속을 차마 게워내지도 못하고 한없이 올라 마침내 서늘한 바람이 나의 볼을 매섭게 스쳐 지나갈 때 나의 발이 내가 오른 가장 높은 곳에 닿았음을 알았습니다.
걸었습니다. 걸어서 눈앞의 난간에 도달하여 그것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태양이 보였던가 아니면 달이었던가 그것을 판단할 만한 이성은 더 이상 존재치 않았습니다. 그저 한없이 무언가 내리쬐는 것을 맞으며 그것으로 손을 뻗어 할퀴었습니다. 무엇이라도 잡길 원하여서. 허공을 할퀴는 손톱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습니다. 무거웠습니다. 무언가 존재하지 않는 그 공기가 너무 무거워 숨이 내려앉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아
아
어째서 당신을 외면했을까요. 사실 그대로도 좋았습니다. 그저 나의 추악한 욕망일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불완전한 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저 불완전한 당신을 나라는 액자 안에 넣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기에 아주 조금 욕심을 부렸을 뿐인데. 나의 과욕으로 산산조각 난 가장 아름다웠던 나의 당신. 아.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때였습니다.
숨 막히던 그 무게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숨 막히던 그 무게에 몸을 맡긴 것은
하늘을 바라보던 시야는 어느샌가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향하였고 당황에 팔다리를 휘적거려 어찌저찌 위를 보자 그곳에선 그 애가 웃고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나를 싫어했던 그 아이는.... 아, 만족스러운 그 얼굴에 더 이상 하늘을 보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그저 약간의 짜증, 죽음에 대한 감흥도 두려움도 없이 그저 마지막에 그렇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 아이에 대한 약간의 질투와 짜증이 이 落下의 전부였습니다.
더 이상 하늘조차 보고 싶지 않아 다시 시선을 흙먼지 가득한 그 운동장으로 돌리자 그곳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나를 향해 저 멀리서 달려오는 전에 본전 없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무어라 크게 소리치며... 물론 귓가를 빠르게 스치는 허공 때문에 그 외침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
"파피용!!!!"
나의 이름이기에
메모리, 분명 당신은 나까지 잊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완벽하게 망가져버린 나의 당신.
하지만 망가지지 않았어요. 당신은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나비니까. 헛되지 않았어요, 당신에게 넘겨준 과거의 나는.
그렇기에 환희와 동시에 아쉬움이 몰아칩니다. 좀 더 당신을 지켜보고 싶은데 그저 당신을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당신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던 속도로 내게 달려오고 있네요. 하지만 닿지 않을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처럼 당신은 내게 닿으려 해도 닿지 못할 거예요. 우리는 결국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평행선을 달리고 말 거예요 메모리.
그렇기에 당신의 好蝶夢을 꿀게요.
당신도 나의 好蝶夢을 꿔줘요.
나는 당신의 永遠이 되었나요?
당신은 나의 永遠이 되었어요.
나는 당신의 好蝶이 되었나요?
당신은 나의 好蝶이 되었어요.
나는 당신에게 꿈꾸어지고 싶었어요.
당신의 나비가 되어 스러지지 않을 영원에서 죽어가고 싶었어요.
그것은 분명 영원할 자유일 테니.
그렇기에 당신의 꿈을 꿀게요.
당신을 내 유일한 나비로 살아 영원 속에 살아가는 나의 영원으로 살게 할게요.
이것은 그저 감히 바라는 好蝶夢
나는 드디어 이 순간에 동그라미 칩니다.
답지는 필요 없어요. 나는 이미 답지를 봤으니까요.
마지막 미련이라면 이것이 당신에게 닿지 못할 거란 확신이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잘 해낼 거예요 메모리.
내가 당신의 영원을 꿈꿀 테니까요.
아, 예쁜 얼굴이 더 울상이 되었어요.
울지 마요 당신. 닿지 못할 평행선에서 항상 당신의 꿈을 꿀게요.
그렇게 나는 웃습니다.
이것은 닿지 못할 好蝶.
오직 당신만을 위한 好蝶夢.
그렇게 나는 당신의 꿈을 꿉니다.
잘아요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