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시 린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은 책상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동갑내기 소꿉친구인 이나사와 쵸우와 아무것도 없는 흰 방에 갇혀야 했는지 말이다.
"키스하지 못하면... 나가지 못하는 방...?"
옆에서 들리는 쵸우의 당혹스러운 목소리와 더욱 당혹스러운 그 내용에 쵸우의 시선이 향한 문패를 보니 그곳에는 쵸우가 읊조린 것과 같은 글씨가 쓰여있었다. 키스하지 못하면 나가지 못하는 방이라니? 이 무슨 당치도 않은 방인가. 당혹스러운 다음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이라는 감각에 나갈 방법을 찾으러 주위를 둘러보려던 찰나, 이번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허공이 아닌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역시 이상하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다른 방법? 그 말에 순간 스멀스멀 올라오던 짜증이 치솟았다. 물론 자신 역시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막상 그녀에게서 그 말을 들으니 무언가 탐탁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이 방을 나가기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일 터인데. 굳이 다른 방법을 찾자는 것은 마치... 자신과 키스 같은 것은 하기 싫다는 말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언제나 필요 없다는데도 챙기고 다니는 주제에 이럴 때 거리를 두는 것이 왜인지 얄밉기도 한 기분이 들어 무심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그 물음에 답했다.
"왜, 나랑 키스 하기 싫어?"
그 말에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는 쵸우를 보며 이토시 린은 그녀에게로 몇 발자국 다가가 거리를 좁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응?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라... 어라, 린군?"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지며 당혹감이 한가득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본 이토시 린은 생각했다.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는 귀여운 얼굴, 아마 인기도 많은 것이다. 그런 주제에 귀찮게 자신을 챙기고 다니는 이상한 여자. 하지만 그렇게 챙기는 주제에 키스 같은 건 하기 싫은... 이건 마치 자신은 동생 내지 자식으로 보는 것 같아 더욱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눈감아."
그래서일까, 확 김에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그녀의 볼을 감싸 허리를 숙여 오밀조밀한 입술에 입을 맞춘 것은. 이토시 린은 이 작고 오밀조밀한 입술이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귀찮은 소꿉친구는 언제나 저를 위해 쉽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곤 했으니. 이번에도 입술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내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리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드륵
영원 같은 찰나가 지나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그제야 자신이 한 일을 자각한 린은 뿌리치듯 쵸우의 얼굴을 놓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문으로 향해 그대로 나가버렸다.
"자... 잠깐... 뭐.. 뭔데? 뭔데 린군??? 무슨 의민데???"
붉어진 린의 얼굴을 보지 못한 쵸우는 그대로 한껏 얼굴을 붉히며 제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