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읽는 내내 배가 고파지며 굉장히 즐거웠던 소설이었습니다. 60화를 처음 읽었을 때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읽어버리고 비어버린 사탕통을 바라보는 아이와 같이 아쉬움이 가득한 마음을 느꼈던 게 새록새록합니다. 이 글은 굉장히 나긋나긋하고 천천히 제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포근한 기분이 절로 들었습니다. 후에 말씀드리겠지만 읽는 내내 새로움의 감탄을 느꼈으며 그와 동시에 약간의 이질감과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의도의 글을 쓰시지는 않았겠지만요. 단지 저는 그런 느낌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 역시 후에 말씀드리게 되겠죠. 부디 제 감상에 대해 부정적이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글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여러 소설을 읽은 저에게 전에 없는 새로움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심장을 뛰게 했죠. 이제 감상과 함께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것들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것은 모두 제 솔직한 감상이니 부디 이 감상이 평안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때 드는 생각은 어떤 어린 여자아이가 무감한 목소리로 제게 당연한 것을 읊조리듯 글을 읽어준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자아이는 분명 제게 말하는 듯했지만 혼잣말 같기도 했으며, 그 목소리는 굉장히 담담하였으나 어쩐지 외롭고 비극적인 목소리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자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즐거웠고 저를 배고프게 했지만 저는 여자아이에게 공감하기보다는 여자아이의 주변인물에 좀 더 공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후에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게 되겠죠. 저는 글을 읽는 내내 바닷가의 해안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 이야기를 상상하는 듯한 상상을 했습니다. 상상 속에서 상상을 한다는 것은 조금 우스운 일이지만 저는 정말로 상상을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읽는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가 읽어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제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게 이입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주인공의 마음을 알고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주인공이 마치 별세계의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분명 제 곁에서 읊조리는 듯한 여자아이는 마치 해안선의 끝에 서있으며 저 역시 반대편의 끝에 서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의 아쉬움이 듭니다. 주인공의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을 소중히 하고 그 가족을 투영하며 바라보는 cp9 아이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 이상으로 다가가지는 못할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가장 좋을까 망설였지만 역시 주인공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이질적이다라는 단어 일 것 같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 주인공에게 이입하지 못했으며 주인공이 이질적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인공이 모든 사건을 받아들임에 있어 너무 낙관적이고 마치 저와 같은 소설을 읽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욕이라는 욕망이 있지만 그것 또한 강하지 않아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그 태도는 제게 있어 조금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면 작가님께서 이 소설을 1인칭으로 쓴 진가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요. 작가님께서 어째서 이 소설을 1인칭으로 집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의 인간적이지 않고 방관자 적인 이질적인 모습은 주인공에게 공감되기보다 주인공이 저와 함께 주인공의 인생이라는 글을 읽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것이 마냥 부정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는 여러 소설을 읽어 보았습니다. 적어도 100권 이상의, 끝까지 완독 하지 못한 것을 포함하자면 어쩌면 몇백 권의 책을 접하고 읽었으며 그 대부분은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글 중에서 단연 독보이는 문체라고 할 수 있는 게 이 소설이었습니다. 나긋나긋하게 누군가 들려주는 듯한 문체는 주인공의 이질 적인 모습을 오히려 작가님이 이런 것을 보여주길 원했다는 것처럼 잘 맞아 들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지 아니면 작가님의 의도일지 모르겠지만 나긋나긋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듯한 작가님의 문체와 살아가는 세상에 이질적 이어 저와 함께 글을 읽어주는 듯한 주인공은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은 멋지게 제 옆의 여자아이가 되어 결코 닿을 수 없는 지척에서 제게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려 주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은 소설을 읽는 내내 저를 즐겁게 해 주었으며 전에 없던 새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분명 공포감과 이질감이 들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저를 즐겁게 하고 새로운 경험에 초대해 주었으며 몇 번이고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와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문체에 대해 조금 더 말해 보자면 저는 아마 작가님의 문체에 반한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늦은 밤, 조부모님이 나긋나긋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은 문체는 말씀드렸듯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작가님의 문체는 누군가 대신 이야기 해주는 나긋나긋함을 가지고 있어 글을 읽는다는 피로도를 줄여주고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문체를 가질 수 있었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아마 작가님의 노력과 그간의 노력이 녹아들어 간 문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체는 이야기를 이야기에 한정시키지만 실제와 같은 이야기가 아닌 그저 이야기일지라도 충분히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정말 특색 있으며 좋은 문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만약 다른 작품들 역시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작가님의 이런 문체를 절대로 잃지 마시고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가시길 바랍니다. 제게 있어 처음 있는 새로운 문체였으며 제 독서 인생에 환기를 해주는, 숨구멍을 만들어주는 문체였습니다. 덕분에 작가님의 글을 읽는 내내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정말 좋은 문체를 제게 보여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굳이 커미션이 아니더라도 읽을 소설이 한 가지 늘어났다는 사실이 저를 더욱 즐겁게 합니다.
다음은 내용에 관해 조금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일단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매화마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음식들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먹는 혹은 먹고 싶은 음식들은 절로 군침이 돌게 했고 상상 속에 제가 그 음식을 상상해 배가 고파졌습니다. 화려하고 묘사가 가득한 문체가 아니며 그렇게 음식을 설명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단순한 설명들이 공감하기 쉬웠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절로 그 음식들을 상상하게 하였습니다. 특히 저는 초반부의 소시지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저도 소시지를 참 좋아하는데 그 단순한 묘사들이 잘 구운 노릇노릇한 붉은빛의 소시지를 떠오르게 하였으며 소시지의 그 톡 터지는 식감을 상상하게 하였습니다. 소시지의 꼭지의 오도독한 식감을 가장 좋아하는 저로써는 소시지가 먹고 싶어 절로 침을 삼키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해당 부분을 처음 읽었던 그날 냉장고를 뒤지며 소시지를 찾다가 소시지가 없는 것을 알고는 울적해진 마음에 우유 과자를 씹어 먹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이나 작가님의 음식 묘사는 단순하나 저절로 상상하게 만들며 읽는 사람을 배고프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이 음식을 좋아하며 매화마다 음식 하나가 등장하는 소설에 작가님의 음식 표현력은 굉장히 훌륭한 짝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것이 마치 주인공의 추억이 하나하나 음식에 스며든 것처럼 보여 첫 만남에서 비스킷을 나눠주고는 그것을 좋아했던 CP9을 생각하여 CP9을 위해 비스킷 30 봉지 산 주인공의 모습은 저를 즐겁게 만들기도 했으며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때도 주인공이 역시 저와 같은 곳에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제 삼자 같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주인공이 읽어주는 것이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는 맞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느껴져 내심 주인공을 이질적으로 여긴 제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며 조금은 주인공에게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말씀드렸듯 저는 주인공에게 이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문체와 들어맞는다 한들 글을 읽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크게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즉 이야기에서 고립되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이 놀랍게도 착각계였고 그 덕에 저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변 인물들과 다르게 진실한 주인공을 알고 있지만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느낌이 그들과 똑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덕분에 그렇게 외롭지 않았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잠시 후에 이어하고 주인공에 대해 조금 더 말하자면 주인공은 멘탈 10의 경도를 가졌다고 하고 실제로 주인공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저는 주인공이 꽤나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묘사가 너무나 담담하여 작가님과 주인공이 전하고 있는 것이 이것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저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처럼요. 너무나 담담한 묘사가 나긋나긋한 소설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인공의 인간성을 저하시켜 더욱 공감을 어렵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는 명백히 작가님께서 전달하려는 것과 다른 것이며 이것이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소설 곳곳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주인공의 인간성을 드러내 주는 요소들이 있지만 이것들이 제게는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더욱 기계 같고 인간성이 없는, 그저 인간의 형태만 남아있고 영혼이 남아있지 않는 인형과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심각하게 인간이 당연하게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공감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점이 조금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플러스요소이자 마이너스 요소라고 느껴졌습니다. 완전무결한 먼치킨 주인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주인공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아쉬운 유일한 요소였으며 이외의 부분은 모두 만족스러웠고 어쩌면 새롭게까지 느껴지는 좋은 요소들이 가득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싶습니다. 주인공의 대표적인 주변 인물인 CP9과 지금은 퇴장한 노아씨는 모두 훌륭한 조연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에게 동기를 제공해 주기도 하였으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데 큰 역할을 해줬다 생각합니다. 덕분에 소설을 읽는 내내 즐거웠고 조용하지 않고 통통 튀는 다양성을 주었다 생각합니다. 저는 원피스를 어느 정도 보긴 하였지만 자세히 봤던 것은 아니기에 캐붕이나 캐해석에 대해서는 별로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다 조금이나마 원피스를 읽은 제 입장에서는 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 조연들의 가장 좋았던 점은 소설에서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평범한 인간이 아닌 이질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주인공을 아껴주는 모습들이 마치 소설을 읽는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주인공 대신 이입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주어 외롭지 않게 소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에 비해 주변 인물들에 대해 크게 드릴 말씀은 없지만 일주를 떠난 노아씨나 사랑을 택했던 전 CP, 사투리 소녀 등 많은 매력적인 오리지널 조연들이 있어 즐거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들의 분량이 적절하여 조연은 조연으로 끝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것 또한 굉장히 좋은 분량 조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외전들의 이야기로 조연들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로맨스 요소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로맨스 요소는 조금의 어색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로맨스가 주가 아닌 것을 알고 있으며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어 다른 인물들의 심리를 잘 알 수 없지만 로맨스가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고 하기에는 로맨스가 주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또 이해가 되지 않는 로맨스 요소는 아니기에 굳이 짚고 넘어가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루치 아니면 노아씨 파입니다. 둘이 주인공의 마음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 들긴 하지만요. 애초에 노아씨는 재 등장이 먼저겠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감상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말로 즐겁고 재밌게 읽은 이야기였습니다. 새롭고 놀라웠던 문체는 마치 누군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읽어주는 듯한 감상을 주었고 그런 문체가 소설과 합쳐지며 해안선에 앉아 한 여자아이가 귓가 바로 옆, 허나 해안선의 끝과 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속삭여 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과하게 무감정한 주인공의 행동에 공포감과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정말로 멋진 주인공이었으며 착각계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시 너무 인간성이 결여되고 평범한 인간들과 다른 모습이 조금의 아쉬움을 남겨주기도 했습니다. 주변 인물들은 모두 매력적이었고 적절한 분량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퇴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아쉬움 역시 아름다운 것이겠죠. 로맨스에 있어서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로맨스가 주가 아니기도 하고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설이기에 크게 짚고 넘어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루치 혹은 노아씨 파라는걸 다시 한번 전해드리고 싶네요. 누가 주인공의 마음을 쟁취할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애초에 가능할지는 조금 의문이 들지만요. 이것이 지금까지 제가 전달드린 이야기였으며 무척이나 즐거웠던 저의 감상문이었습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멋진 소설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커미션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읽을 것 같은 멋진 소설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하겠다는 말씀 올리며 이제 그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감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껍질 미리 깐 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