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여신의 앞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더라.
이 식장에 들어왔을 때부터?
"두 사람의 결혼이 성립할 때까지..."
아닌가....
'도화, 저와 결혼해 주세요.'
얼굴도 기억 안나는 구두 약혼자의 결혼 제안을 받은 시점부터?
"서로의 마음이 변치 않을 것을 맹세합니까?"
아니... 아니야...
'아니 애초에 변하고 뭐 할 마음도 없다고요...'
그래, 그날 아침부터 문제였던 거야.
"그럼 서로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교환하십시오."
그 기가 막혔던....
"... 도화."
... 얼굴... 이 아니라! 정신 차려 백도화!! 얼굴에 홀리지 마!!
"부족한 몸이지만 앞으로...."
멋진 혼약복을 걸친 가원의 모습은 실로 아찔했다. 오늘따라 날은 왜 이리 맑고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은 왜 이리 아름다운지. 내리쬐는 햇빛이 내려앉은 그의 흰 셔츠와 걸치고 있는 자연이 수놓아진 고풍스러운 갈색 조끼하며 긴 다리는 여과 없이 자랑하는 조끼와 같은 원단으로 이루어진 갈색의 바지를 입은 그의 모습은 하마터면 정신을 쏙 빼놓고 부족하긴 무슨 이라고 소리칠뻔한 것을 뒤로하고 그가 나의 목에 목걸이를 걸기 쉽도록 목을 앞으로 내밀어주었다.
"잘 부탁합니다."
그 행동에 웃음 짓는 얼굴을 보니 절로 다시 아찔해지는 눈앞에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손에 들린 목걸이를 그의 목에 던지듯 걸어버렸다. 약혼식에서 이게 무슨 결례인지. 보지 않아도 어머니가 앉아계실 방향의 등이 절로 뜨거워지고 있다. 허나 그것에도 좋은 듯 방긋 미소 짓는 가원의 얼굴에 마음 한쪽이 살짝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저... 저도... 잘 부탁합니다..."
그러했기 때문인지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지도 못하고 웅얼거리며 돌려준 대답에도 무어가 좋은지 그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났다.
"...."
이건 잘못됐다.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고민해 보자면... 그래, 유난히 평화로울 것 같았던 그날. 더없이 완벽한 서니사이드업의 에그베네딕트가 나온 그날. 그날부터 아주 크게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래 그날은... 평화로운 백작가의 아침이었으며 새들은 지저귀고 눈을 뜨는 시간에 맞춰 가져온 아침식사는 더없이 완벽했다.
"평화롭구나~"
잘 구운 에그 베네딕트의 노른자를 나이프로 가볍게 가르면 그 위로 주르륵 내리는 완벽한 서니사이드업 상태의 계란에 절로 나는 웃음과 함께 크게 한입 에그베네딕트를 베어무니 이만한 행복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 없이 평화로운 아침에 훌륭한 요리사가 만든 훌륭한 에그베네딕트와 복숭아 홍차 한잔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짹짹짹
새들까지 평화로이 지저귀니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도~!"
진정한....
"련~!"
한.....
"니이이이임~!!!"
평화는 개뿔. 오늘도 시끄러운 백작가의 아침이 밝았다. 어찌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음을 뒤로하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메이드에게 시선을 던졌다.
"세라.... 대체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제발...."
나도 좀 평화로운 아침 맞아보자.라고 덧붙이려 했으나 그 말은 주인의 말을 끊어먹는 완벽한 봉사정신을 가진 메이드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아니, 도련님은 이 상황에 평화롭게 아침 식사가 넘어가세요오?!"
끝이 과하게 올라간 음성에 한숨을 푹 쉬며 말해 보라는 듯 메이드에게 작게 손짓하자 그제야 저 봉사정신이 정말로 너무나도 철저한 메이드씨는 입을 열어 나의 평화로운 아침 식사를 방해한 이유를 밝혔다.
'별거 아니어봐라 이번에야 말로 확 그냥...'
"도련님 결혼하신 다면서요?!"
...
방해할만하네.
지금 아침 식사가 중요한 게 아닌 게 맞는 듯하다.
"그게 뭔 내 에그베네딕트가 사교댄스 추는 소리야?!"
쾅! 하고 침대 위에 고정된 작은 탁상을 치며 일어나니 그녀 또한 옆의 벽을 쾅 치며 내게 대꾸했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라고요!!"
주인과 메이드가 사이좋게 언성을 높이자 창 너머 나무가 가지를 흔들며 제 안에서 쉬고 있던 새들을 쫓아낸다. 새들이 놀라 푸드덕 날아간 것만큼이나 어이없고 황당한 백작가의 아침이 밝아왔다. 오늘도 평화는 개뿔이었다고...